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어봤습니다.
멋도 모르고, 노벨상 작품이라길래 그냥 읽어봤지요.
차라리 결말을 알고 보는게 더 재밌게 봤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포를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스포가 의미가 없습니다.
처음에 드는 느낌은, 평범하네? 입니다. 그냥 평범한 한 부부의 이야기.
그런데, 갈수록 빠져듭니다.
아내(=영혜)가 꿈을 꾸더니, 고기를 거부하고, 첨엔 그래 그럴수도 있지 하며 시덥지 않게 생각했던 남편도 점점 이상함을 느끼게 되고, 가정이 파탄나게 됩니다.
으레 우리들이라면 그렇게 했을 법한 방법으로 모두가 아내의 채식주의를 막아보려 하지만, 막아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점점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강하게 나아가고, 주변 사람들은 지쳐가고 포기합니다.
처음엔 이게 뭔 내용인가 싶어 마지막에는 그래도 떡밥을 다 회수해주겠지 하며 오기로 끝까지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습니다.
대체 아내가 본 꿈은 정확히 무엇인지, 그 꿈이 왜 본인을 채식주의자로 만드는지 명확하게 얘기해주지 않아요.
이렇게보니 마치 요즘 보는 드라마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 같은 느낌이네요.
주인공들이 다 어둡고, 질문에는 질문으로 대답하고, 고구마 58,000개는 먹은 듯한 그 답답함.
그런데 이 책은 이미 2016년에 부커상을 받았더군요.
그래서 한강 작가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들 궁금해 할 법한 결말 해석을 한번 정리해봅니다.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를 쓴 이유에 대해 작가는 여러 인터뷰에서 조금씩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한강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현대 사회의 억압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한강은 폭력과 억압,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어두운 본성에 대해 오래도록 관심을 가져왔으며, 채식주의자는 이러한 주제들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석1. 억압된 자아의 자유 갈망
첫 번째 해석은 억압된 자아의 자유에 대한 갈망입니다.
아내(=영혜)는 어느 날 갑자기 채식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고기를 보며 끔찍한 꿈을 꾸고, 그 후로는 모든 고기를 거부하죠.
그녀의 채식은 단순히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자기 안에 억눌린 자아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영혜는 아버지처럼 폭력성을 안 갖고 싶었고,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꿈이라는 계기를 통해 육식을 하면 '나도 누군가를 침해할 수 있겠구나' 라는 트라우마 같은게 올라오게 된거죠.
결국 육식을 하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고, 본인의 자아해방을 위해 육식을 포기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침해를 다 벗어나겠다는 상징적인 선언을 하게 된겁니다.
결말에서 영혜는 음식을 완전히 거부하고 숲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갈망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해석2. 사회와 규범에 대한 저항
두 번째 해석은 사회와 규범에 대한 저항입니다.
영혜가 채식을 선택하자 가족들은 그 결정에 강하게 반대합니다.
그녀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족과 사회가 끊임없이 간섭하죠.
특히, 가족들은 그녀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길 바라며 억압적으로 그녀를 다룹니다.
영혜의 선택은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가부장적으고 보수적인 규범을 거부하는 상징적인 저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말에서 그녀가 '나무처럼 되고싶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존재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해석3. 죽음과 재탄생
세 번째 해석은 죽음과 재탄생입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영혜는 음식을 거부하며 몸이 점점 쇠약해지지만, 스스로 죽음에 가까이 가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그녀는 인간 사회의 제약과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드러내며, 결국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흐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 선택이 단순한 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혜가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은 죽음을 통해서 새로운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일종의 재탄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고통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억압된 인간성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그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듭니다.
영혜가 음식을 거부하고,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개인의 삶 속에서 그 어떤 외부 규범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상징적 이미지 입니다.
채식주의자 후기
참 엄청난 여운을 주는 작품이네요.
사실 노벨문학상 받은 작품이라길래 나중에 아이가 크면 읽어보라고 소장용으로 샀습니다.
근데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도 읽으라고 권장할 수가 없는 내용입니다.
특히 중간에 있는 몽고반점 편은 성적인 표현이 너무 강해서 이미 성인인 저도 충격적입니다.
점점 몰입되면서 동공과 입이 커지는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 봤네요.
올 겨울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작품과 함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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